[서평]

[서평] <향수> : 포스트모더니즘

k2mbii 2021. 12. 24.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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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향수의 시대적 배경
2. 작품의 주요 인물 분석
1) 그르누이 어머니
2) 가이아르 부인
3) 그리말
4) 주세페 발디니
5) 에스피나스 후작
6) 리쉬
3. 향수는 어떤 소설인가?
4. 작품의 형식 및 기법
5. 그르누이의 산 속 7년 겨울잠의 의미 고찰
6. 그르누이가 성당에서 신에 대해 내뱉는 말의 의미는?
7. 그르누이 체포 과정과 작품 진행 평가
8. 사형장에서의 그르누이의 퍼포먼스와 군중의 반응이 갖는 의미는?
9. 그르누이가 산채로 사람들에게 잡아먹히는 것에 대한 해석
10. 향수가 포스트모더니즘의 교과서라고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1. 향수의 시대적 배경

 

  『향수의 시대적 배경은 로코코 시대, 계몽주의 시대다. 로코코는 18세기 프랑스 귀족들의 주도로 이루어진 예술사조다. 바로크와 비슷한 시대에 발생했고 좀 더 오래 지속된 양식이다. 왕조 중심의 웅장한 바로크와는 달리 귀족들의 취향에 맞는 섬세하고 화려한 성격을 띠기 때문에 사치스러운 이미지가 강하다.

  시대적 배경이 되는 로코코 시대는 소설향수의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향수는 자신의 본래 분위기를 감추고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을 때 사용한다. 로코코 시대 역시 섬세하고 화려한 면 뒤에 가려진 쓰레기와 악취가 나는 허위적인 실제 모습이 있었다. 즉 로코코 시대는 인간의 허위를 감추기 위한 향수의 이미지를 극대화 시켜준다.

 

2. 작품의 주요 인물 분석

 

  1) 그르누이의 어머니는 자신이 낳은 그르누이를 생선 내장과 생선 대가리들 사이에 던져두고 죽이려 한다. 이전에도 생선 좌판에서 아이를 낳았고, 쓰레받기에 버렸다. 생명을 중시하지 않는 인물이다. 수 차례의 영아 살인죄로 그레브 광장에서 참수당한다.

 

  2) 가이아르 부인은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부지깽이로 이마를 맞아 인간적인 감정을 잃은 인물이다. 감각이 마비되어 버렸기 때문에 동정심에 흔들리지 않고 철저하게 계산적으로 행동한다. 수도원에서 보내주는 육아비가 끊기자 가이아르 부인은 망설임 없이 무두장이 그리말에게 팔아넘긴다. 조용히 임종을 맞이하겠다는 소망을 가진 부인은 팔아넘겨서 나온 돈을 노후자금으로 남겨놓지만 프랑스 혁 명 이후 모아둔 돈은 가치가 없는 종이가 되어버린다. 결국 그녀는 그녀의 남편이 죽었던 공동병원에 서 죽는다. 계산적으로 모은돈의 허무함을 잘 보여준다.

 

  3) 그리말은 악명 높은 무두장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언제 죽어도 신경쓰지 않을 고아들을 짐승 취급하 며 노동력을 착취한다. 다른 고아들과 다르게 끈기있게 일을 열심히 하는 그르누이를 유용한 일꾼으로 대우해주지만, 인간으로서가 아닌 수단을 더 오래 쓰기 위한 대우였다. 인간을 수단으로 취급하는 계 몽주의 시대의 단면을 보여준다. 후에 발디니가 그르누이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리말에게 많은 돈을 주 고 그르누이를 데려간다. 많은 돈을 얻은 그리말은 횡재했다 생각하여 술을 퍼마시다가 다리 위에서 고꾸라져 익사하고 만다. 탐욕을 부린 인간의 비참한 최후를 보여준다.

 

  4) 주세페 발디니는 파리에 사는 늙은 향주 제조업자다. 젊을 때 한창 잘나가는 향수 장인이었지만, 지 금은 새롭게 떠오른 펠리시에라는 향수 제조인에게 밀려 퇴물이 된 사람이다. 베르아몽 백작의 향수 주문에 펠리시에의 사랑과 영혼이라는 향수를 베껴보려다 실패하고 좌절하게 된다. 이후 은퇴를 결 심하고 아내와 낙향하려는 때에 그르누이가 나타난다. 그르누이의 천재적인 재능을 알아보고 그리말에 게 돈을주고 그를 사온다. 그르누이의 재능을 이용해 사람을 홀리는 향수를 엄청나게 만들어냈고 부와 명성을 얻게 된다. 그르누이의 재능을 훔쳐서 부자가 되었다는 죄책감을 가지기도 했지만, 신이 내려 준 은총이라고 자기합리화를 해버린다. 그르누이에게 얻을 대로 얻은 발디니는 흔쾌히 그를 그라스로 보내준다. 하지만 그르누이가 떠난 그날 밤에 집이 무너져 내려 죽고 만다. 그르누이에게 향수 제조 지식을 전수해준 스승이면서도, 그르누이를 착취해서 막대한 부와 명성을 거머쥔 이기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5) 에스피나스 후작은 몽펠리에에 사는 과학자이다. 그는 치명적 유동체이론에 가장 집중했다. 땅에서 는 생명 에너지를지속적으로 마비시키는 독가스가 나오기 때문에 모든 생물들은 땅에서 멀어지려고 한다는 이론이다. 7년간 산적에게 잡혀 동굴 생활을 했다고 주장하는 그르누이에게 큰 관심을 가진다. 에스피나스 후작은 자신이 개발한 환기 장치로 그르누이를 깨끗한 모습으로 만들어 강연에 선보였고, 그의 이론을 입증시킨다. 그르누이가 몰래 떠나고 난 뒤, 직접 입증하겠다며 카니구 봉에 오르는데, 옷을 다 벗어 던지고 눈보라 속으로 사라졌다.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산꼭대기에서 영원한 생명의 유동체를 들이마셔 영원한 젊음을 얻었을 거라는 이야기가 떠돌게 된다.

 

  6) 리쉬는 그라스의 부집정관이다. 냉철한 성격의 소유자로 많은 부를 가진 사람이다. 유일한 가족은 딸 인 로르 리쉬 뿐인데, 딸을 사랑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욕망을 품고 있어 괴로워한다. 그라스 에서 범인을 알 수 없는 연쇄살인이 일어나자 리쉬는 연쇄살인마가 어떤 아름다움을 얻기 위해 죽이 고 다닌다고 눈치채고 딸 로르를 지키려 한다. 연쇄살인마는 처녀만 노린다는 사실을 이용해 귀족 아 들에게 시집 보낼 계획을 세우고 그라스 근처 섬의 수도원에 맡겨 식을 치를 생각이었지만, 뒤따라온 그르누이에 의해 로르는 죽고 만다. 이후 그르누이가 처형당하는 날, 향수에 홀려 그르누이를 아들이 되어 달라며 껴안는다. 그르누이가 탈출한 뒤 작중에 등장하지 않는다.

 

3. 향수는 어떤 소설인가?

 

  향수는 이런 소설이다라고 딱 꼬집어서 말하기 힘든 작품이다. 향수는 교양소설, 여행소설, 예술가소설, 추리소설, 역사소설의 특징 모두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르누이가 인격을 형성해나가는 과정과 향수 제조법의 발전 과정을 그리고 있는 면을 보면 이 작품은 교양소설이다. 하지만 향수를 만들기 위해 파리에서 시작해 그라스를 거쳐 30년 뒤에 파리로 돌아오는 여행을 떠나는 과정을 그린 면을 중점으로 보면 여행소설이 된다. 악마의 모습을 했지만 그르누이라는 예술가의 운명을 그의 활동과 관련해 여러 문제들을 다루는 면에 초점을 맞추면 예술가소설이 된다. 그르누이가 저지른 연쇄살인을 해결해나가려는 리쉬를 탐정, 그르누이를 범인으로 본다면 추리소설이다. 마지막으로 향수의 작중 배경인 18세기 파리와 프랑스의 모습을 세세하게 그린다는 점을 보면 역사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4. 작품의 형식 및 기법

 

  『향수패러디 기법패스티시 기법이 쓰였다. 두 기법 모두 포스트모더니즘의 중요한 특징들이다.

  ‘패러디 기법은 앞선 시대나 작가의 작품이 확신하고 있는 것의 허실, 또는 이들이 미쳐 보지 못한 것들을 흉내를 통해 깨우쳐 주는 방식이다. 그르누이의 외모는 위고의 노트르담의 곱추의 콰지모도와 비슷했고, 그르누이가 장인 증서를 받는 모습은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 나오는 장면과 비슷하다.

  ‘패스티시 기법은 혼성모방을 뜻한다. 다른 작가, 다른 시대의 문체를 모방으로 원래 음악, 미술에 쓰였던 18세기 초 프랑스 문학에서 이전되었다. 향수의 문체는 유명한 독일 소설들을 짜깁기했다고 알려져있다. 향수의 첫 부분에 나오는 문장과 클라이스트의 소설 미하엘 콜하스의 서문의 문체와 비슷하다.

  패러디와 패스티시는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말이다. 패러디는 원본의 이해를 통해 작품을 만든다. 원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패스티시는 원본에 대한 이해가 패러디만큼 필요하지 않다. 이미지를 가져와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패러디는 원본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독자에게 전해주고, 패스티시는 원작에 대한 비판 대신 원작과는 상관없는 다른 이미지를 독자에게 던져준다. 차이는 있지만 두 기법 모두 독자에게 물음을 던지고 독자들로 하여금 다시 생각하게 하여 발전시키는 역할을 해준다.

 

5. 그르누이의 산 속 7년 겨울잠의 의미 고찰

 

  그르누이는 발디니에게 장인 증서를 받고 그라스로 떠나는 중에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생활하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대자연의 청정한 공기에 이끌려 산 속 동굴에서 생활하기 시작한다. 7년간 그는 향기로 가득한 성에서 주인으로 생활하는 내면세계에 갇혀 지낸다. 하지만 행복과 편안함을 느끼던 그는 문득 내면세계에서 자신의 냄새로 이루어진 안개에 휩싸인다. 그르누이는 자신에게 아무런 냄새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에 충격을 받은 그르누이는 예전에 맡았던 소녀의 향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다시 생기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된다.

  산 속 동굴에서 7년이나 사람들과 떨어져서 악취가 나지 않는 자연과 함께 그르누이는 생활한다. 동굴은 세상 모든 냄새를 아는 그르누이는 정작 자신에게는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공간이었고 그르누이가 천사의 냄새를 만들기 위해 살인을 시작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6. 그르누이가 성당에서 신에 대해 내뱉는 말의 의미는?

 

  냄새가 없는 그르누이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냄새가 나는 향수를 뿌린 날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존재감 없이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다가 사람들이 뒤늦게 발견하고 놀라기 일쑤였다. 하지만 우물을 향해 몸을 숙이고 있는 어떤 여자도 그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 고개를 들기도 했다. 결혼 행렬에 참석하여 사람들과 교류도 한다. 평온해진 마음으로 그르누이는 성당 벤치에서 이런 말을 한다.

 

  "신의 냄새는 얼마나 초라한가! 신께서 자신을 향해 피어오르도록 한 이 냄새는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형편없었다. 향로에서 자옥하게 피어오르고 있는 것은 결코 진짜 향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르누이는 이날 자신이 만든 교묘한 냄새를 풍기는 향수에 어린아이까지 속아 넘어갔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더 좋은 냄새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냄새를 맡은 사람은 누구나 그 냄새의 주인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천사의 냄새를 만들자고 결심한다. 게다가 그는 그 냄새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르누이는 자신이 만들 수 있는 천사의 냄새에 비해 성당에서 신에게 바친 향로의 냄새는 너무나도 보잘 것 없었고, 신보다 좋은 냄새를 자기가 풍기면서 세상에 군림할 수 있다는 확신에 차서 신을 비하하는 말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신이 속았거나, 아니면 신 자신이 그르누이처럼 사기꾼임에 틀림없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아 그르누이가 신을 경멸하는 모습이라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7. 그르누이 체포 과정과 작품의 작법상 진행 평가

 

  24번의 살인을 저지른 그르누이는 마지막 향기의 대상인 로르를 살해하기 위해 리쉬 일행의 냄새를 추적해서 뒤를 쫓아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리쉬 일행의 행선지를 캐묻고 다녔기 때문에 뒷덜미가 잡혀 체포당한다. 경찰들이 그르누이가 살던 오두막을 수색한 결과, 살해된 처녀들의 머리카락과 옷가지들이 땅바닥에서 딱히 숨겨지지도 않은 채 발견되었다. 결정적인 증거도 확보되자 그르누이는 별다른 저항 없이 살인자라는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고, 사형판결을 받는다.

  마지막 향기인 로르를 죽이러 가는 과정과 살해하는 장면까지는 아주 세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하지만 체포되는 과정의 서술은 상당히 요약한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24번의 살인을 할 동안에는 목격자가 없어서 그르누이를 잡지 못했고, 마지막 살인 때 목격자들이 등장하여 그르누이를 너무나도 쉽게 체포하게 되는 내용 전개는 다른 탐정소설과 다르게 구성이 치밀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로르를 살해하고 그녀의 향기가 모두 흡수되기까지 기다리는 그르누이의 모습까지는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되다가 너무나도 쉽게 잡히는 장면에서 갑작스럽게 긴장감이 탁 끊어지는 느낌을 주기도 해서 아쉬울 따름이다.

 

8. 사형장에서의 그르누이의 퍼포먼스와 군중의 반응이 갖는 의미는?

 

  그르누이는 25건의 살인에 대한 혐의가 인정되어 쇠몽둥이로 근육과 관절을 끊어버리고 매달아서 죽을 때까지 방치되는 사형을 선고받는다. 사형장에 도착한 그르누이는 마차에서 내릴 때, 살해한 처녀들의 향기를 조합한 신의 향수를 몇 방울 뿌린다. 향기를 맡은 사람들은 그르누이에게 매혹되어 단체로 성행위를 하기 시작한다. 사형장이 광기 어린 향락과 난교의 장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25번째 희생자 로르의 아버지인 리쉬 마저도 눈물을 흘리며 아들이 되어 달라며 그르누이를 껴안는다.

  그르누이가 신의 향수를 뿌리는 퍼포먼스는 냄새가 없는 자신을 좋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도록 만드는 신의 향수를 만들고자 했던 그의 바람을 나타낸다. 일생에서 단 한 번이라도 자신을 표현하고 싶었던 그르누이는 마침내 그 향수를 만들어냈고 사형장에서 뿌리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 향기에 매혹된 군중의 향락과 난교의 모습은 사랑을 받고자 했던 그르누이가 만든 향수가 성공적이라는 사실과, 그르누이라는 사람을 사랑한 것이 아닌, 그 향을 사랑하는 것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처음 살해한 소녀의 향기를 간직해 냄새가 없는 자신을 인정해주기를 원했었지만, 결과는 광기어린 향락과 집단 난교였기에 그르누이는 자신이 만든 향수와 인간들에게 대한 회의감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르누이에게 강한 적대심을 가진 리쉬가 향수에 굴복하여 그르누이를 울면서 껴안는 모습은 계몽주의가 탈이성적인 인물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9. 그르누이가 산채로 사람들에게 잡아먹히는 것에 대한 해석

 

  사형장에서 신의 향수를 뿌려 퍼포먼스를 한 뒤 몰려오는 회의감에 그르누이는 그라스를 떠나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 신의 향수를 모조리 몸에 뿌려버린다. 그의 향기에 이끌린 빈민들은 그를 찢어버린 뒤 먹어버린다. 식인을 저지른 빈민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놀라움을 느끼면서, 처음으로 사랑에서 비롯된 행동을 했다고 느끼게 된다.

왜 그르누이는 자신이 만든 향수를 가지고 세상에 신으로 군림하지 않고 죽음을 선택했을까?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런 구절이 나온다.

 

  "물론 그는 이 향수를 통해 세상에 신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향수를 느낄 수가 없으니 그걸 바르고도 자신이 누군지 모른다면 도대체 그게 무슨 의미일까? 그는 세상과 자신, 그리고 향수를 비웃었다"

 

  그르누이는 자신이 자신이 아닌 존재로 보여지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사랑, 인정을 불러일으키는 향수를 만들고도 본인이 느끼지 못하는 사실에 절망했고 상처받았을 것이다. 그르누이가 인생을 살아가는데에 쓰인 향수라는 도구가 인생의 목적으로 바뀐 것이다. 그 목적이 좌절되자 그르누이는 자살을 선택한 것이다.

 

10. 향수가 포스트모더니즘의 교과서라고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향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성격이 아주 잘 드러나는 작품이기 때문에 포스터모더니즘의 교과서라고 평가받고 있을 것이다.

  냄새가 없는 그르누이가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향수를 만들어 스스로 사회화를 했다. 그리고 마침내 신의 향수를 만들어 군중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사회화를 통해 주체적인 인물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르누이는 신의 향수에 무의미함을 깨닫고 회의감에 빠진다. 계몽주의는 편견을 벗어나게끔 하는 사상인데, 그르누이가 만든 향수는 오히려 편견을 더 가지게 만든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이성 중심주의인 모더니즘에 반()하는 사상적 경향을 총칭하는 말이다. 향수의 작품 속 시대적 배경은 로코코 시대, 계몽주의 시대다. 계몽주의는 이성을 통해 사회의 무지를 타파하고 현실을 개혁하자는 사상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계몽주의적 인물들인 발디니, 에스피나스, 리쉬 등의 인물들이 탈이성적인 그르누이에게 패배한다. 특히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리쉬가 그르누이의 향수에 의해 굴복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는 이 작품은 이성 중심주의인 계몽주의, 모더니즘이 포스트모더니즘에게 패배하는 모습을 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다중부호화를 통해 소설 향수를 다층화시켰다. 그르누이의 외모를 노트르담의 곱추의 콰지모도와 비슷하게 그린 점, 장인 증서를 받는 그르누이의 모습은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의 빌헬름이 수업 증서를 받는 모습과 흡사한 점을 미루어 보아 패러디 기법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향수의 첫 부분은 클라이스트의 소설 미하엘 콜하스의 서문 서술과 비슷하다는 점을 보았을 때, 패스티시 기법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기법들은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들 중 하나다.

  이렇듯 이 작품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성격이 아주 잘 드러난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책이 출판될 당시 독일은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았을 시기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1985년부터 10여년간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였지만 전문가들의 호평이 잇따르지는 않았다. 이런 시기에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포스트모더니즘 사상이 묻어나는 책을 썼다는 사실도 현재 향수가 포스트모더니즘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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