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작품의 생성사적 배경 2. 나탄이 레하의 생각을 교정해준 방법 3. 신전기사가 나탄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와 계기 분석 4. 작품 속 ‘대주교’의 인물 유형 분석 5. 살라딘이 나탄에게 어떤 종교가 ‘참된’ 종교냐고 묻는 이유는? 6. 반지의 비유가 의미하는 것은? 7. 『데카메론』 첫째 날 세 번째 이야기와 레싱이 각색한 반지 비유 우화의 차이점은? 8. 이 작품은 희극도, 비극도 아니다. 작가의 의도는? 9. 이 작품을 비극으로 각색한다면, 어떻게 그려질 것인가? 10. 독일 계몽주의와 『현자 나탄』의 관계 |
1. 작품의 생성사적 배경
레싱의 『현자 나탄』을 이해하려면 생성사적 배경을 먼저 알아야 한다. 레싱은 볼펜뷔텔 궁정도서관장으로 일했다. 어느 날 그는 라이마루스의 유고를 출판한다. 이 글은 구약, 신약성서, 기독교 교리의 주요 핵심을 비판한 내용이었고, 아무나 읽을 수 있는 독일어로 출판을 해버렸기 때문에 이 작품을 보고 경악한 기독교 측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기독교 측의 대변자인 ‘괴체 목사’가 레싱이 공개한 글을 맹렬히 비난했고, 그를 국가의 적, 무정부주의자로 매도하였다. 레싱도 가만히 있지 않고 괴체의 발언에 대해 반박하는 여러 글을 발표한다. 괴체와 레싱 사이의 논쟁이 이어지자, 기독교 측에서 레싱의 고용주를 압박하고, 글을 마음대로 발표할 수 없게 되었다. 레싱은 이 논쟁을 바탕으로 희곡을 만들어 보려고 시도했고, 그 결과 『현자 나탄』이라는 작품이 탄생하게 되었다.
2. 나탄이 레하의 생각을 교정해준 방법
나탄이 여행을 떠난 사이에 집에 화재가 난다. 이 화재에서 나탄의 양녀 ‘레하’는 어느 신전기사에게 도움을 받고 구출된다. 신전기사는 레하를 구출해주고 홀연히 사라진다. 레하는 자신을 구해준 은인을 ‘천사’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나탄은 유럽인의 얼굴을 묘사하며 기사단원은 유럽인이라고 말해주고, 유럽인이 하필 아시아에서 레하를 구해줄 수 있었던 것은 신이 기적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 기적에서 천사까지 끌어들이지 말라고 레하의 생각을 교정해준다.
3. 신전기사가 나탄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와 계기 분석
자신의 양녀를 구해준 신전기사에게 나탄이 찾아와 대화를 시도한다. 처음엔 신전기사도 나탄을 경계하며 얘기는 나누지만, 답례는 필요 없다며 친구가 되기를 거부한다. 하지만 나탄의 언변 솜씨에 신전기사는 점차 감탄하게 된다. 다음은 나탄의 마지막 대사다.
“우리가 우리 민족입니까? 민족이란 대체 뭡니까? 기독교인이나 유대인은 인간이기 이전에 기독교인이고 유대인인 가요? 아! 인간인 것으로 족한 사람을 기사님한테서 하나 더 발견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종파나 민족을 초월해서 우리는 모두 한 인간이며 서로 사랑해야한다는 나탄의 관용적인 모습에 신전기사는 부끄러워하며 나탄의 손을 잡고 친구가 되는 것을 승낙한다.
4. 작품 속 ‘대주교’의 인물 유형 분석
작품 속에서의 ‘대주교’와 ‘살라딘’은 너무나도 다른 성격을 보여준다.
대주교는 술탄을 견제하기 위해서 술탄에게 은혜를 입고 목숨을 부지한 신전기사를 첩자로 쓰려고도 했고, 나탄의 딸이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대주교에게 의논하러 갔을 때, 어떤 괘씸한 유대인이 기독교인을 양녀로 삼아서 신성모독을 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술탄이 이전에 서명한 조약을 이용하여 뒤를 캐내려고 한다.
‘살라딘’은 이슬람교의 최고 권위자인 그가 유대인인 나탄과 친분을 맺으려고 하는 점, 나탄이 말한 반지의 비유를 수용하고 그를 현자로 인정하는 모습, 레하가 사실 나탄의 친딸이 아니라는 점을 알았을 때도 대주교와 달리 종교적으로 질타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딸이 되라고 하는 모습을 보인다.
살라딘과 대주교를 비교해보면, 대주교는 자신의 종교를 맹목적으로 믿으며, 하느님의 말씀을 잘 지키면 행복을 누리고, 그렇지 않으면 큰 벌을 받게 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타 종교를 인정해주지 않으며 관용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맹목적이고 배타적인 종교인이 보여줄 수 있는 폐해를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살라딘은 대주교와 달리 신분, 민족, 종교를 뛰어넘는 개방적인 성격, 관용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그래서 더욱 대주교와 대조된다.
5. 살라딘이 나탄에게 어떤 종교가 ‘참된’ 종교냐고 묻는 이유는?
살라딘의 아바마마(아버지)가 재정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다. 아버지가 부족하면 우리 모두도 부족한 것이라며 어떻게 할 것인지 방법을 찾는다. 그러다 최근에 여행에서 돌아온 나탄이 눈에 띄었고, 살라딘은 돈을 빌리려 한다. 일방적으로 돈을 가져갈 수는 없었기에 겁을 주어 곤경에 빠트리자는 살라딘의 여동생인 시타의 제안을 수용한다. 살라딘은 나탄의 지혜에 경의를 표하는 척하면서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중 어느 종교가 참종교인지를 나탄에게 묻는다. 어떤 종교를 선택하던 나탄에게 죄를 물어 돈을 빼앗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6. 반지의 비유가 의미하는 것은?
살라딘과 나탄의 대화 중에 나탄이 반지 비유 설화를 이야기해준다. 집안 대대로 아들에게만 전해져 내려온 신과 인간의 사랑을 받게 하는 반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 반지를 가지고 있던 남자에게는 세 아들이 있었다. 세 아들 모두 사랑한 나머지 남자는 세공사에게 똑같은 반지를 두 개 더 만들어달라고 한 뒤, 사후에 아들들에게 남긴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마자 아들들은 각자 자신의 반지가 진짜 반지라며 가장 행세를 하려고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재판관을 찾아가고, 재판관은 어떤 반지가 진짜 반지인지 따질 것이 아니라, 자기가 가진 반지가 진짜라고 믿고 아버지가 보여주신 사랑을 본받도록 노력하라는 판결을 내린다.
이 반지 비유 설화는 신과 인간의 사랑을 받게 해주는 반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신과 인간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빗대어 얘기해준다. 즉 3형제는 각각 이슬람교, 기독교, 유대교를 나타내는데, 어떤 종교가 진짜인지를 구별하지 말고, 특정 종파이기 이전에 모두 똑같은 인간임을 인정하고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간적인 삶을 살지 않는데 종교적 진리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7. 『데카메론』 첫째 날 세 번째 이야기와 레싱이 각색한 반지 비유 우화의 차이점은?
『데카메론』 첫째 날 세 번째 이야기는 그리스도교, 이슬람교를 대상으로 한 많은 전쟁에서 이긴 중동 세계의 왕 ‘살라디노’가 나온다. 그는 갑자기 재정이 어려워져서 돈이 많은 ‘멜기세덱’이라는 유대인에게 죄를 물어 돈을 뺏으려고 한다. 살라디노 왕은 멜기세덱에게 이슬람교, 기독교, 유대교 중 가장 좋은 종교는 무엇이냐고 묻자, 멜기세덱은 반지 비유 우화를 들며 살라디노 왕을 감탄시키고 솔직한 입장을 털어놓게 만든다. 멜기세덱의 반지 비유 우화는 아버지가 아름다운 반지를 유산으로 물려주기 위해 똑같이 생긴 반지를 두 개 더 만들어서 세 아들에게 물려준다. 세 아들은 어떤 반지가 진짜 반지인지 찾지 못하고 평생 우애좋게 살았다는 이야기이다.
멜기세덱의 반지 비유 우화와 레싱이 각색한 우화의 차이점은 반지가 신통력을 가졌다는 것과, 재판관의 등장이다. 레싱은 원작과 달리 반지 비유 우화 끝에 재판관을 등장시켜서 세 개의 반지 중 어느 것이 진짜 반지인지 이 시점에서는 구분할 수 없고, 반지의 진위여부를 따지기 보다 그 신통력이 발휘되도록 사랑을 실천하라는 권고와,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에 속한 사람들 모두 한 가족이며 타 종교를 인정하는 관용을 가지라는 점을 강조했다.
8. 이 작품은 희극도, 비극도 아니다. 작가의 의도는?
레싱은 자신의 작품 『현자 나탄』이 비극이나 희극으로 분류되되지 않기 위해 ‘시극 ein dramatisches Gedicht’라 명명한다. 비극과 희극의 구분은 연극 장르, 동시대 연극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극인지 희극인지를 구분하기보다 레싱은 참종교에 대한 물음과 타 종교에 대한 관용을 중요시했다.
9. 이 작품을 비극으로 각색한다면, 어떻게 그려질 것인가?
등장인물 중 살라딘과 나탄의 성격이 원작과 정반대의 성격을 가졌다고 가정해보기로 했다.
레하가 사실 나탄의 친딸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되었고, 살라딘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나탄의 딸을 강제로 빼앗아 대주교에게 넘긴다. 나탄은 이미 신전기사가 레하의 친오빠이며 살라딘 동생의 자녀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비밀을 누설하지 않고 자신의 일기에 적어두고 대주교에 의해 처형당한다. 기독교인이 된 레하에게 신전기사는 청혼을 하고, 레하는 신전기사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결혼을 한다. 그 후 나탄의 일기장이 발견되고 출생의 비밀을 모두가 알게 된다. 자신의 동생과 결혼을 했다는 사실에 신전기사는 충격을 받고 자살을 택한다. 레하 역시 양아버지였던 나탄의 처형과 신전기사가 죽음으로 인해 정신적인 충격을 입어 시름시름 앓다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10. 독일 계몽주의와 『현자 나탄』의 관계
계몽주의는 인본주의, 합리주의를 주장하며 이성의 계몽을 통해 교회의 권위에 바탕을 둔 구시대의 정신적 권위와 사상적 제도에 반대한다.
‘신본주의’ 사상이 만연한 당시에 『현자 나탄』은 당연히 충돌을 일으킬 수 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종교 문제를 단순하게 비판하지 않았다. ‘인간’에게 중점을 두며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사이의 종교적 갈등을 완화하고 해소하자는 대안을 제시한다. 다음에 나오는 나탄의 말은 레싱의 생각을 대변한다.
“우리가 우리 민족입니까? 민족이란 대체 뭡니까? 기독교인이나 유대인은 인간이기 이전에 기독교인이고 유대인인 가요? 아! 인간인 것으로 족한 사람을 기사님한테서 하나 더 발견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 작품의 배경은 십자군 전쟁 시기며, 예루살렘을 공간적 배경으로 한다. 그 당시 기독교인에게 차별과 멸시를 받던 유대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레싱은 유럽인들의 계몽을 꾀하고자 했다.
3막에 등장하는 ‘반지 비유 우화’를 통해 레싱은 또 한 번 계몽주의적 인본주의를 제시한다. 세 개의 반지 즉,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 중 참종교를 가려내는 것은 애초에 무의미한 행동이었으며, 신과 인간의 사랑은 반지를 통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직접 사랑을 실천하여 얻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독일 계몽주의의 한 축이었던 레싱이 종교를 철저히 무시하면서 인본주의를 주장한 것은 아니다. ‘인간’이 주체가 되어서 사랑을 실천하고, 이 실천을 통해 진정한 종교적 의미에 다가가자는 계몽주의적 인본주의를 제시한 것이다.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 프로메테우스 : Strum und Drang (0) | 2021.12.24 |
---|---|
[분석]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Strum und Drang (0) | 2021.12.24 |
[서평] <장미의 이름> : 포스트모더니즘 (0) | 2021.12.24 |
[서평] <향수> : 포스트모더니즘 (0) | 2021.12.24 |
[서평] <군도> (0) | 2021.12.24 |